커뮤니티 > 여행후기 > 이용후기 온라인홀덤

작성일 : 23-10-18 02:14

이용후기 온라인홀덤

글쓴이 : 이필국

바깥에서 얼트 후작 부인이 아리안테를 달래고 있는 동안, 메이아나는 로자나와 고용인 두 명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었다.

“앗, 아니! 잠시만요, 속옷은 그냥……. 제발요, 어차피 보이지도 않잖아요?”

네글리제까지 벗겨진 메이아나가 가슴 앞을 가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로자나는 좁은 방 안에서 이리저리 잘도 자리를 옮겨 가며 메이아나의 등 뒤를 잡았다.

“안 되죠, 메이아나 양. 이 드레스는 속옷까지 맞추어 입었을 때 윤곽이 더 완벽해져요. 자, 어서 벗어요.”

허리 뒤쪽으로 조여 놓은 리본을 재빨리 풀어낸 로자나가 속옷을 앞으로 접듯이 벗겨 냈다.

순식간에 맨몸이 된 메이아나가 황망히 눈만 굴리고 있는 사이, 로자나의 지휘를 받은 고용인들은 능숙하게 가장 기본적인 속옷부터 차근차근 그녀의 몸에 입혔다.

솔직히 말해, 메이아나는 팔만 살짝 벌리고 서 있으면 되었다.

‘인형이 된 것 같네…….’

메이아나가 생각했다.

“자, 허리를 조금 숙여 봐요. 아니, 그렇게 많이는 말고요. 그렇죠, 그대로 있어요. 자, 이제 똑바로 서 봐요, 그래요……. 어머, 어깨선이 비뚤어졌네.”

로자나의 주문은 쉴 새 없이 이어졌고, 메이아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기름칠이 덜 된 인형처럼 뻣뻣하게 움직이느라 바빴다.

팔을 들라면 들고, 허리를 세우라면 세우고, 어깨를 내리라면 내리고……. 그 과정을 얼마나 반복했을까, 메이아나는 위로 단단히 틀어 올렸던 머리가 별안간 휙 풀어지는 감각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잠시만요, 머리가……!”

“아아, 걱정 말아요. 내가 풀었어요. 흠, 이대로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너무 어려 보이는군……. 열일곱 살도 아닌데, 너무 어려 뵈는 것도 좋지는 않죠. 얘, 거기 있는 스툴을 이리 주렴.”

좁은 방구석에 서 있던 고용인이 작은 스툴을 메이아나의 어깨 너머로 건넸다.

로자나는 스툴을 딛고 올라가 메이아나의 머리카락을 다시 하나로 모아 올리고, 일부는 옆으로 빼내어 재빠르게 땋았다. 그리고 방 안 가득히 들어찬 상자—둘 곳이 부족해 침대 위에도 놓아야 했다— 중 하나를 열어 금과 에메랄드로 장식된 장식용 빗으로 고정했다.

“자, 이제 됐군요.”

메이아나는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보려 했지만, 로자나가 뒤에 서 있는 데다가 상자들이 방을 꽉 채우고 있어 거울이 있는 창가까지 갈 수가 없었다.

로자나가 말했다.

“저 조그만 거울로 뭘 보겠다는 거예요? 자, 어서 나가 보자고요. 이왕이면 커다란 거울로 봐야죠. 새 드레스를 지었는데.”

“아니, 잠시만요. 저는…….”

메이아나의 맥없는 반박이 로자나에게 먹힐 리 없었다. 고용인들이 먼저 문을 열고 나가자, 소파에 앉아 있던 아리안테가 흥분과 기대에 찬 눈으로 당장 일어섰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문간에서 기웃거리던 베인티와 브리짓도 덩달아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왔다.

로자나가 말했다.

“자, 공녀님. 메이아나 양입니다.”

무슨 서커스 단장 같은 말투였다. 밖으로 나가면 불붙은 고리라도 뛰어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엉뚱한 공상에 빠진 메이아나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메이아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활활 타는 고리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와아아악—!”

공룡. 메이아나가 생각했다. 온라인홀덤 여기 있네. 아니, 고래인가? 뭐든 간에.

냅다 함성을 지른 아리안테가—연달아 세 번이었다— 메이아나에게로 구르듯이 달려왔다. 평소 버릇대로 그녀를 와락 안으려다가, 반짝거리는 새 드레스를 보고는 발을 우뚝 멈추었다. 그러나 파란 눈동자에서는 열기 어린 환희와 애정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메이아나, 공주님 같아! 아니, 동화에 나오는 여왕 폐하 같아!”